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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1-10 10:46 조회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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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미영 작가


■ (15) 죽음의 비밀에 도전하는 생명과학

기존엔 세포사멸·자가소화는 예정된 죽음… 세포괴사는 사고사로 정의

최근엔 손상되고도 원래기능 수행하는 ‘노화 세포’ 개념 도입돼

노화 세포는 진화상의 오류… 노쇠·장수문제 해결 위해선 이 난제부터 풀어야

시작은 한 남자의 오만에서부터였다. 감히 포세이돈께 돌아가야 할 소를 빼돌린 크레타 왕 미노스는 그 결과로 황소에 오쟁이를 진 남편이 되었으며, 사람을 먹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아들로 얻게 되었다. 미궁에 갇혀 제물로 바쳐진 소년과 소녀를 잡아먹고 사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제 자식을 괴물의 먹이로 보내야 했던 부모들의 참담함을 해소해 준 이가 바로 테세우스였다. 아테네 사람들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가 타고 돌아온 배를 보존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마모시킨다. 사람들은 삭아 버린 조각을 떼어내고 새로운 조각을 덧대며 끊임없이 배를 수리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테세우스의 배는 여전히 건재했지만 원래 그가 탔던 배를 이루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배는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는가?FXCITY

테세우스 배의 역설은 동질성에 대한 유명한 철학적 난제이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몸은 오롯이 테세우스의 배이다. 인체는 200여 종으로 분화된 세포가 수십 조(兆)개 이상 모여서 이루어진 다세포 복합체이다. 우리는 별문제가 없는 경우 80여 년을 살지만 세포 각각의 수명은 이보다 훨씬 짧다. 세포와 개체의 수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몸을 유지하고 심지어 불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주변 세포가 분열되어 죽은 세포의 빈자리를 끊임없이 채우기 때문이다. 테세우스 배의 조각들과 달리 사람 몸의 세포들은 조직이 낡아서 망가지기 훨씬 전에 적극적으로 수리 및 교체 활동을 하는 매우 능동적인 존재들이다.

그래서 세포에게 죽음이란, 운 나쁜 사고 같은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내포하고 있던 가능성에 가깝다. 죽음이란 살아 있는 유기체를 유지하는 생물학적 기능의 정지를 의미하기에 그들이 ‘살아 있는’ 존재가 되어야만 비로소 죽음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은 일종의 상호 작용이다. 마찬가지로 세포, 특히 다세포 생물의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 각각의 삶과 죽음은 무작위 사건이 아니라, 매우 섬세하게 조절되어 일어나는 일상이다.

세포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녹록지 않다. 생존에 필요한 충분한 자원을 얻기 힘들 수도 있고, 외부에서 다양한 화학 물질과 자외선, 전리 방사선 등이 유입되며, 심지어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활성 산소가 끊임없이 DNA에 손상을 주는 탓이다. 이런 모든 유해 성분을 제거하더라도 DNA가 손상될 수 있다.

세포 각각의 유전체는 핵 속에 고이 저장된 소장본이 아니라, 수많은 이가 뒤적이다가 펼쳐 놓은 혼란스러운 공용 도서에 가깝다.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할 경우, 세포 분열기에만 염색체를 관찰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유전 물질은 세포가 분열해 서로 복제된 정보를 정확히 나눠 가져야 할 때만 염색체 형태로 단단히 포장되며, 세포 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기 중에는 가느다란 DNA의 형태로 펼쳐져 있다. 그런데 세포가 생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물질이 필요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 DNA의 이중 나선은 수시로 감겨 있던 히스톤 단백질에서 풀어져 나와 단일 가닥으로 열려야 한다. 물론 복제 뒤에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만, 수없이 반복되는 과정이다 보니 이 과정에서 분자의 가닥들이 엉키고 꼬이고 끊어지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DNA의 손상이란 길게 이어진 DNA 일부가 끊어지거나 제대로 된 상보 구조를 이루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손상 부위, 즉 DSB(double-strand break)가 감지되면, 일단 세포는 세포 주기의 진행을 중지하고 손상의 정도를 파악한다. 손상 수준이 낮을 경우, 이를 복구하고 전체 시스템을 유지하지만, 손상 정도가 심각하거나 부위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세포는 활동을 중지하고 시스템 전체를 꺼버린다. 즉 세포 사멸이 일어나는 것이다. 만약 DNA 손상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포 주기가 지속되어 복제가 이루어진다면, DNA 오류가 수정되지 않은 돌연변이체가 축적되며, 결국 이들은 종양 세포가 되어 개체의 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포의 죽음은 꼭 필요하다.

이처럼 세포의 죽음이란 스스로 제거될 수밖에 없도록 미리 ‘짜인 죽음’인 것이다. 기존에는 세포의 죽음을 세포 자멸(apoptosis), 자가 소화(autophage), 세포 괴사(necrosis) 등 서로 다른 사멸의 형태로 구분하는 과정에 익숙했다. 세포 자멸과 자가 소화를 예정된 죽음으로, 세포 괴사를 급작스러운 사고사로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포의 죽음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기존 분류에는 속하지 않거나 겹치거나 세부 과정에 차이가 있는 형태들이 속속 발견되기 시작했다.

2018년 세포 사멸 명칭 위원회는 기존의 세포 사멸 분류법이 다양한 세포 사멸 과정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해 새로운 세포 사멸 분류법에 대한 체계를 제시한 바 있다. 새로운 세포 사멸 분류법의 주요한 특징은, 세포 사멸을 ‘조절된 세포 사멸(regulated cell death·RCD)’과 ‘우발적 세포 사멸(accidental cell death)’로 나누고, RCD에 속하는 세포의 죽음을 그 원인과 특성에 따라 좀 더 세분화하는 세포 사멸 분류법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 분류 기준에 따르면 같은 세포 사멸이라고 하더라도, 그 원인이 내재적인지 외재적인지에 따라 다르게 구분하며,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반응의 특성에 따라 총 14가지로 상세하게 분류한다.

그런데 새롭게 제안된 세포 사멸의 분류법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세포의 죽음에 대한 분류의 상위에 치명적 손상에 대한 세포 사멸 과정과 이보다는 덜한 손상에 대한 비사멸 과정(non-lethal processes)을 나누어 놓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포의 죽음 그 자체뿐 아니라, 손상을 받았으나 아직은 죽음에 이르지는 않은 세포들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개념은 세포 손상에 대한 비사멸적 반응, 그중에서도 세포 노화(cellular senescence)를 일으킨 ‘노화 세포’의 개념이다. 세포 노화란 DNA의 손상을 감지한 이후에도 바로 RCD의 과정을 밟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세포의 분열만을 정지시킨 상태로 세포의 원래 기능은 계속 수행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정 수준 이하라든가 다른 이유로 DNA의 손상이 감지된 세포 중에서 일부는 세포 사멸의 길로 들어서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면서 활동을 수행한다는 것을 관측했다. 이런 세포 노화 현상은 성인의 지방 세포나 신경 세포처럼 이미 분열을 멈춘 상태에서 살아가는 세포들에서도 나타난다. 노화 과정에 들어간 세포들이 그저 분열만을 멈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살아 있고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되 스스로가 정상이 아님을 인지하기에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늘려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손상이 있음에도 죽지 않고 대사 과정을 수행하기에 후성 유전학적 잡음이 더 많이 쌓여 주변 세포와의 신호에 교란을 일으켜 종국에는 주변의 세포들의 암세포화를 촉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노화는 자연스러운 운명이 아니라, 치료 가능한 질병이다”고 주장하는 인간 수명 증진 프로젝트의 연구진은 이 노화 세포들이야말로, 진화상의 오류이며 이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인류 최고의 난제인 노화와 장수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데이비드 싱클레어와 매슈 러플랜트의 ‘노화의 종말’ 참조)

우리가 세포의 죽음에 관심이 있는 것은 그 세포의 죽음과 탄생이 결국 인간의 죽음과 탄생 혹은 질병에 시달리는 괴로운 삶과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세포의 죽음이 운명이기에 우리의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본다면, 세포의 노화가 오류이고 질병이라면 인간의 노화와 노쇠도 치료 가능한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 추이가 주목된다.

이은희 과학저술가·하리하라

■ 용어설명

조절된 세포 사멸(regulated cell death) : 세포에 내재된 하나 이상의 신호 전달 체계의 활성화에 기인하는 세포 사멸의 형태. 생체 발생 과정에서 불필요한 조직의 제거를 위해 외부 환경의 간섭 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프로그램된 세포 사멸(programmed cell death)과 세포 내외의 스트레스가 세포의 항상성 유지에 심각하게 영향을 줄 정도로 강하거나 지속적인 경우에 이에 대한 스트레스 적응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내부 신호 전달 체계를 통해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신호 전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 혹은 이에 유전적 변이의 발생을 유도해 세포 사멸의 진행을 조절할 수 있다.파워볼사이트

세포 손상에 대한 비사멸적 반응(non-lethal processe) : 손상된 세포가 모두 죽음으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반응에는 세포 노화 말고도 유사 분열 파국과 세포 말단 분화가 있다. 유사 분열 파국이란 DNA 손상으로 인한 세포핵 자체의 변화로 인해 세포 분열이 정지된 상태의 세포를 말한다.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사멸의 수순을 밟게 되지만, 이를 탈피해 간기로 들어가는 세포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세포 말단 분화란, 세포 자체는 죽지만 세포를 이루는 물질들이 해체돼 재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멸된 세포 자체 혹은 파생된 물질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피부의 각질 세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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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국회 과방위./사진=중계 영상 캡처


구글의 자사 인앱결제 방식 강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인터넷 기업과 소비자들이 국회 공청회에서 제외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9일 오후 개최한 구글 인앱결제 강제 관련 공청회에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과 소비자 단체가 초청받지 못했다.

구글은 지난 9월 게임에만 적용했던 자사의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를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하고 수수료 30%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내 인터넷 기업과 스타트업 등 콘텐츠 제작자(CP)들은 모바일 운영체제(OS)와 거대 앱마켓을 보유한 구글의 일방적 처사라며 발끈했다. 기업들이 구글에 내는 수수료가 늘어나면 이는 결국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도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방위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를 증인으로 채택해 관련 질의를 했지만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결국 공청회가 열렸지만 정작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은 명단에서 빠진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는 임 전무와 조동현 슈퍼어썸 대표,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 김상돈 원스토어 경영지원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에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인기협 관계자는 "공청회 참석 요청을 받아 참석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여야 간사 협의 과정에서 빠진 것 같다"며 "참석한다면 업계의 의견을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인기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앱마켓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민생경제연구소·한국YMCM연맹·올바른통신복지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다수의 이해관계자로부터 폭넓은 의견청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지만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민생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구글은 국내 일부 기업만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만 상위 1% 기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소비자에게도 영향이 갈 수 밖에 없다"며 "국회가 소비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인앱결제 이슈가 커지다 보니 대응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 형식적으로 공청회를 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CP를 대표하는 기업과 단체들도 빠진 걸 보면 애초에 방향성을 정해 놓은 공청회였다는 느낌"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기업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구글은 앱마켓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사들과 자유로운 계약 관계를 형성하면 된다"며 "그런 방식이 시장 논리에 충실하고 각종 규제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전무는 "구글의 인앱결제는 직불카드·신용카드·상품권·소액결제 등 다양한 결제수단을 제공한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인앱결제로 인한 피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hj@bloter.net)
김인경 기자(shipp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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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2 출시 늦어진 탓

갤럭시노트20. /삼성전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가 3분기(7~9월) 미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 스마트폰이 미국에서 분기 기준으로 1위에 오른 건 2017년 2분기 이후 처음이고, 3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SA(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3.7%를 차지해 2위 애플(30.2%)을 제쳤다. 3위는 LG전자(점유율 14.7%), 4위는 레노버-모토롤라(8.4%)였다.

삼성전자는 2014년, 2016년, 2017년 2 분기에 미국 시장 1위를 차지했다. 3분기 미국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3~4분기는 ‘애플의 계절’로 불린다. 애플이 매년 3분기 말쯤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하며 판매량이 폭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애플이 코로나 사태로 부품 수급 차질을 빚으며 신제품 아이폰12를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8월 내놓은 갤럭시노트20과 9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2 등이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다. A51, A51 5G, A71 5G 등 삼성전자 중저가폰도 잘 팔렸다.

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전 세계에 804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시장점유율 21.9%로 1위를 차지했다. 2분기(5420만대)보다 48% 증가했다. 2분기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던 화웨이는 3분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2위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점유율 격차는 7.8%포인트로 2018년 말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김성민 기자 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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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에는 아픈 사람이 모인다.” 얼마 전에 메모장에 써둔 문장이다. 근사한 장소에는 근사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듯, 아픈 곳에는 아무튼 아픈 사람이 모이는 법이라고. 그래서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 곁에도 다른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나타나,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기도 하는 거라고, 정말이지 아픈 곳에는 아픈 사람이 모인다. 병원이 늘 그랬고 지금의 온 세상이 그렇다.

아픈 사람이 없는 곳이 없는 요즘이다. 비단 생리학적으로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마음의 병 같은 것을 거의 모든 사람이 지니게 됐다. 누군가는 그 아이에게 ‘코로나 블루’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던데.

못 가게 된 곳이 많다. 연초에 계획해 둔 프랑스 출장은 당연히 무산됐고, 거의 유일한 취미인 미술관 구경도 쉽지 않게 돼버렸다. ‘내게도 다른 누군가처럼 요리나 영상 제작 같은 멋들어진 취미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한때는 글쓰기가 취미였지만 이 행위가 직업이 된 후로는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됐고 내게 남은 취미라곤 집에서 잠을 자는 것과 날을 잡아 미술관 구경을 하러 가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그리고 그마저 마음 편히 하지 못하게 됐으니까.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말, 그리고 사람은 가장 일상적인 것을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말에 그 어느 때보다 공감하고 있다.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는 내게도 그 마음의 병 같은 게 생긴 거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늘 가라앉은 채로 살고 또 쓰는 사람이다. 지금껏 낸 몇 권 책의 명도를 측정해 보자면 나는 밝은 쪽보다는 주로 어두운 쪽으로 쓰곤 했다.

그렇게 오래 살아온 건 아니지만, 나의 삶은 늘 잃고 잊는 일의 연속이었다. 겨우 세 번 빨았을 뿐인 사탕을 떨어뜨린 날이 있었고, 아끼는 목도리를 잃어버린 날이 있었다. 내 일생의 로맨스라고 여겼던 사람, 그리하여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한 사람과의 기억도 속절없이 잊혀갔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고 이번 생일에는 계단에서 발목을 접질려서 반깁스를 했고….

그렇게나 나름대로 불행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 옆에서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신다.

“너 그렇게 불행하지만은 않았어. 그만큼 좋은 경험도 많이 했는데?”

행복은 불행보다 싱겁다
사람들에게 “오늘의 뉴스에 활기차고 긍정적인 소식이 있었나요?” 하고 묻는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뉴스는 늘 자극적이고 충격적이고, 높아야만 했던 어떤 수치가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을 통상적으로 전한다. 그래서 때때로 마음이 가난한 날이면 뉴스 보는 일이 버겁기도 하다. 안 그래도 사는 것이 퍽퍽하고 안 좋은 일도 많아서, 좀 듣기 편한 이야기나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틀어둔 TV에서도 퍽퍽한 이야기가 나오니 버틸 수가 있어야지. 그럴 땐 밥 한술 뜨기도 어려워진다.

어쩌면 사람은 불행의 맛을 더 좋아하는 동물이 아닐까? 우리는 좋은 소식보다 좋지 못한 소식에 민감하며 좋았던 날을 기억하기보단 좋지 않았던 날을 기억하는 일을 훨씬 더 쉽게 해낸다. 그러니까 나도 즐거웠던 추억이나 행복했던 이야기를 책에 많이 담지 못했다. 사실은 불행과 행복이 반반 섞인, 반반까진 아닐지라도 행복이 없지만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행복과 불행에도 맛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 행복은 불행보다 더 밋밋하고 싱거운 맛을 지녔을 것 같다. 분명 있기는 있었는데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지 않고, 자주 그 맛을 까먹어 버리곤 하니까.

내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불행만 겪으며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아무리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마음의 상처가 많은 사람일지라도 중간중간 소소한 재미와 웃음거리들을 반드시 누리긴 누렸을 것이다. 타인의 삶을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무책임하게 뱉는 말이 아니다. 일에 쫓겨 열흘 밤을 새우다가도 따뜻한 국밥 한 그릇에 웃기도 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는 너무도 잘 안다.

햇빛을 자주 본다면야 물론 더없이 좋겠지만, 근무 여건상 머무는 곳의 구조적 특성상 해를 볼 기회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영양제로 비타민 D 같은 것을 보충해 줘야 한다. 영혼의 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슬프더라도 꾸역꾸역 세상의 좋은 것들을 기억해 내야 한다. 오늘이 아름답지 않더라도 내 주변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구경해야 한다.

현재가 행복하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당장은 여러모로 그렇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면, 우리는 조금 억지로라도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누리고,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가 복잡한 날에 탁 트인 곳을 찾아가면 눈이 한결 맑아지고, 울적한 날에 좋은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과 좋은 것을 먹으면 조금 기분이 나아졌듯이.

그래도 살아 숨 쉬고 있어 다행
전철을 타고 동작대교 위를 지나는 순간을 사랑한다. 그곳에서 보는 한강을 사랑한다. 사실 한강을 제대로 보기에는 당산과 합정 사이를 지날 때, 그리고 청담과 뚝섬 사이를 지날 때가 가장 좋지만, 나는 동작대교 위에서 보는 그 ‘희미한 한강’이 내심 더 마음에 든다. 동작대교에서는 한강을 보려면 시선을 저 멀리로 던져야 한다. 철로 양옆으로 차선이 있어 시야가 그리 잘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수고롭게 한강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꼭 뭐라도 이뤄낸 것처럼 작은 성취감과 행복감이 느껴진다.

오늘 동작대교 위를 지날 때는 시선이 닿은 곳의 한강이 마침 기가 막히게 반짝이고 있었다. 태양이 마치 나를 위해 저곳의 물을 비추는 것 같다는 생각에 무한한 감사와 행복감마저 느꼈다.

저번 달에는 동료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 최근에 아, 행복하다, 좋다,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던 것 같아. 복권에 당첨됐다거나 비싼 옷을 입게 됐을 때의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볕과 바람이 좋은 날에 창문을 열어두고 운전할 때의 느낌 같은 것.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누군가를 만나고 또 같이 걷고, 집으로 돌아와 잠드는 순간까지 걱정이나 불편함 같은 게 없었던 하루를 보냈을 때의 느낌 같은 것 말이야.”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정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혼잣말을 하듯 건넨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다음 날 출근길에, 그 순간의 공기가 참 맑아서, 지금 듣고 있는 음악과 커피의 맛이 잘 어울려서 “행복하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과 음악, 커피였는데 말이다.

그건 아마도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은 지 오래된 것 같아’하는 생각, 그러니까 다르게 말하면 ‘소소한 행복을 누려봐야겠어’하는 생각을 전날에 했기 때문이었겠다.

만약 내가 언젠가 작은 방송국을 차린다면, 하다못해 1인 방송의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편성표에 자극적이고 공포감을 주고 절망감을 안겨주는 뉴스가 아닌, 시시콜콜하고 편안하고, 때로는 웃기기도 한 소식을 들려주는 뉴스 프로그램을 꼭 마련해 두고 싶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찌개의 간이 딱 마음에 들었어요, 그 집은 밥도 무한 리필이라네요, 친구 딸이 벌써 말을 한대요, 옆집 할머님께서 드디어 퇴원하셨대요, 그런 소식을 꾸준히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도 들려주고 싶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끔 하고 싶다.

또다시 행복할 수 있다
삶이 늘 힘든 것만 같았지만, 생각해 보면 좋은 일도 못지않게 많았다. 작년보다는 벌이가 좀 나아졌다. 흔들리지 않는 법을 알게 됐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만큼 무언가를 베풀 수 있게 됐다. 물론 내년의 벌이가 도로 내려가 작년보다도 안 좋아질 수도 있고, 나를 흔드는 전대미문의 사건사고가 터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난리통에서도 분명 웃을 수 있는 일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마냥 낭떠러지에서 허우적대기보단, 지금 있는 곳에서 반짝이는 것을 찾는 삶을 살고 싶다.

한강의 반짝이는 물결이 한 번도 똑같은 모양이 아니었듯이, 우리에게 매일 똑같은 하루가 보장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년 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었고 잃은 것, 잊힌 것도 많았다.

괜찮다. 세상이 변하면 우리 삶의 방식도 바꾸면 된다. 변한 세상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버티고, 또 즐기며 살아가면 된다. 우리 행복의 시야를 방해하는 사건사고가 많아도 우리는 어떻게든 저 멀리에서 반짝이는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다, 늘 그랬듯이.

오휘명
● 1990년 서울 출생
● 소설 ‘AZ’ ‘서울사람들’ 에세이 ‘일인분의 외로움’ 발표
● 출판사 언노운 스튜디오 대표 편집자
● Crush 정규 2집 작사 참여
● 2019 개인전 ‘Writing Room’

오휘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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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소현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중진의원들과의 만찬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4연속 패배를 겪은 우리에게 하늘이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부여해 준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반문연대를 위한 빅 텐트를 칠 적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야권연대는 정권탈환을 위해 할 거냐 말 거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다시 살릴 거냐 그냥 죽도록 할 거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권의 맏형 격인 국민의힘이 보다 포용적 자세로 문을 과감히 열고 큰 틀의 반문연대 정치 구도를 새롭게 짜야 한다"며 "바이든도 트럼프 대 반트럼프 선거 구도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소수 야당으로 추락한 지금 순수혈통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거대 여당의 단일 후보에 맞설 야권 후보들이 난립해서야 어찌 승리할 수 있겠느냐"며 후보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당장 정당 간 통합논의는 시기상조라 하더라도, 더 늦어지기 전에 최소한 후보 간 통합의 길은 열어야 한다"며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24.03%)와 안철수(21.41%), 유승민(6.76%) 후보의 득표율 합계가 52.2%임에도, 야권통합의 불발로 41.08%에 불과한 문재인 후보에게 정권을 상납한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파워볼

이소현 기자 lovejourn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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