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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7-26 11:19 조회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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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찍으라며 마포대교서 버스 세운 낭만 기사님 "저도 찍고 싶었지만, 운전대 꽉 잡고 있었죠"
서울 도심 위로 뜬 쌍무지개./사진=뉴스1(독자제공)

서울 도심 위로 뜬 쌍무지개./사진=뉴스1(독자제공)
19일 저녁 7시 20분. 한강 마포대교 위를 160번 시내버스가 덜컹거리며 지나고 있었다. 해질 무렵이라 노을도 기막힌데,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 위로 쌍무지개까지 떴다. '찰칵 찰칵', 승객들의 핸드폰 카메라가 분주해졌다. 좋은 걸 보며 좋은 건, 누구나 다 마찬가지니까.엔트리파워볼

버스를 몰던 강재순 기사님이 룸미러를 슬쩍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센스 만점 기사님은 승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마포대교 무지개가 참 예쁘죠? 사진 찍게 잠시 세울까요?" 그 말에 30여명의 승객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네", "좋아요"를 외쳤다. 마침 거짓말처럼 버스 앞뒤로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승객들은 63빌딩을 향해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당연히 버스 바깥에 나가게 한 건 아녔다.

30초간 맘껏 추억을 만들어준 뒤,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이 일은 커뮤니티서 알려져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코로나19로 고단한 일상에 모처럼 뜬 무지개처럼. 강재순 기사님 이야길 좀 더 들으면, 그 온기가 좀 더 이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25일 강 기사님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대화 형식으로 기록해둔다. 친근하게 이름만(유퀴즈처럼).


무지개 저도 찍고 싶었지만, 운전대 잡았지요



형도: 기사님도 그때 무지개 찍으셨어요?
재순: 저는 핸드폰도 안 꺼냈어요(웃음).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죠. 비상 상황에서 출발해야 하니까요.
형도: 아(탄식), 기사님도 찍고 싶으셨을텐데요.
재순: 솔직히, 안 찍고 싶었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가시는 분들, 목적지까지 사고 없이 가는 게 1순위잖아요.

형도: 멋있어요, 기사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재순: 그때 승객 분들 연령대가 적지 않았거든요. 사진 찍겠다고 서시는 거예요. 위험하니까 앉으라고 해도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차 좀 세워드릴까요?" 그랬지요.

형도: 그랬더니, 다들 흔쾌히 좋다고 했던 거고요.
재순: 정말 모든 분들이 63빌딩 향해서 다 찍으시더라고요(웃음).

형도: 보시니 기분이 어떠시던가요?
재순: 이게 뭐라고 이리 좋아하실까, 뿌듯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짠한 거예요. 그 느낌 아시죠?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요즘 다들 마음이 빡빡하셨구나. 참 좋더라고요.


노약자 챙기는 친절한 기사님, 서울시 표창장도 받아



형도: 그런데 좋은 상도 받으셨더라고요.
재순: 승객 분들이 친절하다고 전화주시고 하셔서, 2019년에 서울시에서 표창장 받았었지요.
형도: 와, 기분 좋으셨겠어요!
재순: 안 좋아하면 이상할 정도로 좋았지요.실시간파워볼

형도: 승객 분들이 어떤 부분이 좋으셨던 걸까요?
재순: 아, 민망한 얘길 자꾸 하게 되네요(웃음). 노약자 분들 챙겨드리는 정도예요.

형도: 예를 든다면요?
재순: 임산부 분들 중에 배가 덜 나오고, 배지도 안 다신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 버스 타시면 캐치해요. 그리고 앉으실 수 있게 "자리 하나만 부탁 드릴게요. 양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씀 드리지요.

형도: 그럼 양보해주시나요?
재순: 정말 다 양보해주시더라고요. 휠체어나 유모차 타신 분들도 타실 때 도와드리거든요. 의자 접어서 공간 만들어드려요.

형도: 아, 유모차까지요?
재순: 네, 유모차를 버스 좌석 옆에 세우면 어머니들 마음 초조해지세요. 저도 아이가 어려서 그 마음 잘 알아요.


대화하는 게 좋아요, 코로나 때문에 요즘은 잘 못하지만



형도: 평소에도 이렇게 대화 많이 하시나봐요.
재순: 자연스러운 대화예요. "날씨가 좀 덥지요? 에어컨 틀어 드릴까요?" 같은 거요. 새벽 첫 차에 어머님들 타시면 "이른 시간이라 많이 고단하고 힘드시죠?" 그런 이야길 건네요.
형도: 대화를 많이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재순: 160번 버스가 한 번 다닐 때 70킬로씩 달려요. 서울시내서 승객 수는 두 번째로 많지요. 승객들과 소통하면 저도 사는 기분이 들어요. 운전하면 졸릴 때도 있고 지루할 때도 있잖아요. 또 급정거나 신호 넘어가거나 그런 상황에서, 대화가 많은 도움이 되지요.

형도: 윤활유 같은 역할이네요.
재순: 그쵸. 화나시는 상황에서 그냥 넘어가주시기도 하고요. 그 분들도 똑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서로 어려운 것 있으면 고민 상담하기도 하고. 밤엔 술 한 잔 드시고 타시기도 하고요.

형도: 오늘도 버스 운행하셨어요?
재순: 새벽 5시 30분에 나와서 오후 3시에 끝났어요.

형도: 피곤하시겠어요, 고생하셨어요 기사님. 내일도 새벽에 나가세요?
재순: 감사합니다, 내일은 출근시간에 나가요. 월요일이니 또 새벽에 잘 이동시켜 드려야지요.

그리고, 강재순 기사님께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있다고 했다. 가족에 대한 얘기려니, 아니면 자신에 대한 얘기려니 했는데 승객 걱정이었다.

"버스 타실 때 제발 핸드폰 보지 마시고, 앞에 보시고 탑승하세요. 발 헛디뎌서 넘어지시면 큰일나요."

사진 한 장 주실 수 있냐 했더니, "아이고 부끄러워서 안 된다"며 한사코 거절하던 사람. 그를 보러 마포대교 즈음에서 160번 버스를 한 번 타러 가야겠다. 무지개도 운 좋게 뜨기를.파워볼사이트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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